그룹명 (my photo)/문화 House ~

신촌 산울림 & 손숙의 그 여자 - 2015년 11월 30일

withmej12 2015. 11. 30. 09:43

 

 

  

가로수의 고운잎은 낙엽되어 딩굴다가 사라지고,

나무는 겨울을 채비하는 나목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쯤에~

 

지난 한달 동안은 단풍만나러 다니고, 결혼식장도 다니고, 둘레길도 다니느냐고

너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낙엽은지고 겨울 문턱에 와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인 만큼 나들이 보다는 따스함을 느끼기에 아주 적당한

연극이나 음악회를 보면서 따뜻한 커피향과 같은 겨울을 보내야겠다고 다짐~

 

그래서~

오늘은 신촌에 있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손숙의 그 여자"

 

 

손숙의 "그 여자"

 

손숙의 1인극으로 펼쳐지는 중년의 여자가 한평생 남편 자식만을 위해 살았다는데~

한국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소설이나 드라마로 들어 본 색다를 것 없는 이야기였다

남편의 외도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한 가정의 주부가 위기를 맞고 고뇌하고

자신의 인생을 성찰 해 나가는 어쩌면 지극히 마땅하나 마땅치 못한 얘기라 할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우리 세대의 대부분은  유교적 가치관과 가정교육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였던 우리시대의 여성들~

지금은 퇴색된 사고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성교육은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현모양처의 길을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살아 온 세대이기도 하다



 

<그 여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시몬느 드 보부아르(1908-1986)가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에서 주제를 따 온 연극~

1967년에 발표한 <위기의 여자>는 보편적 결혼관을 가진 여성이 굳게 믿었던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기면서 20년간 지속되어 온  결혼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그  틈새가 벌어져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과정을 그려 낸 소설이기도하다


 

연기 52년 차인 손숙 1인극 명칭답게 연륜에 맞는 성숙된 노련한 연기

객석 구석구석까지 대사는 물론 숨소리 마져, 관객의 한숨까지도 전달된다

목소리만 들리는 남편, 남편의 연인 그리고 딸과 대화할 때의 연기 또한 1인극 만으로도

충분히 극을 이끌어 가고, 그녀 특유의 기량을 펼쳐내고 관객의 갈채를 받아낸다.

음악은 귀에 익은 샹송의 멜로디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오고~~


가족에 대한 헌신도 분명 의미있지만, 자신만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여자는 더 이상 남편의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는 자신의 힘도 지녀야 할 것 같다

 

 

연극이 끝난 후~

차분하면서도 낭랑한 손숙님과의 대화시간~

극단 산울림 개관 30주년 기념공연인 손숙의 "그 여자"

70을 훌쩍 넘긴 연극인 "손 숙"

 

 열정에 놀랐고, 아직 건안한 모습에 또 한번 놀랐고, 변하지 않은 모습 또한 멋스러웠다.